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여전히 연방준비제도의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돌면서 추가적인 통화긴축 가능성이 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4%,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 상승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월 대비 0.3% 올랐으며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4%를 기록했다.
8월 물가 상승에서는 에너지 가격의 영향이 두드러졌다. 에너지 지수는 한 달 동안 2.1% 상승했고, 휘발유 가격은 3.9% 올랐다. 전년 대비 에너지 가격 상승률은 16.3%에 달했다. 반면 식품 가격은 전월 대비 0.1% 상승하는 데 그쳐 전체 물가 상승에서 에너지 부문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컸다.
문제는 물가 압력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지 여부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8월 잭슨홀 연설에서 연준의 2% 물가 목표가 고정된 목표라고 강조하면서,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미국의 PCE 물가 상승률이 3.7%에 이르고 있으며 최근 2년 동안 물가 안정의 진전이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실제로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9월 16일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3.75~4.00%로 올렸으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은 이번 조치가 물가를 2% 목표로 되돌리는 데 필요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10월과 12월 회의에서 추가 인상이 이어질지에 집중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최근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다음 조치의 시점은 향후 경제지표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는 연준 내부에서도 물가 억제 필요성과 경기·고용 상황을 함께 고려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유가 역시 연준의 판단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9월 30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103달러를 웃돌았지만 WTI는 9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따라서 현재 시장 상황을 단순히 ‘WTI와 브렌트유 모두 100달러 이상’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다만 중동의 군사적 긴장과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이어지고 있어 에너지 가격이 다시 상승할 경우 미국 물가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긴축 장기화에 대한 경계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를 웃도는 수준까지 상승했으며, 시장에서는 높은 물가와 에너지 가격,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장기금리에 반영되고 있다. 금리 상승은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는 동시에 주식 등 위험자산의 가치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으로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는 물가와 고용, 소비, 에너지 가격이 될 전망이다. 특히 8월 CPI가 보여준 에너지 가격 상승과 여전히 높은 근원물가는 연준이 물가 목표 달성을 서두르기보다 추가적인 데이터를 확인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반대로 고용시장이나 소비가 뚜렷하게 둔화될 경우 추가 긴축의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한편 현재 미국 통화정책의 핵심은 ‘9월 금리인상 여부’가 아니라 이미 단행된 금리인상 이후 연준이 얼마나 더 긴축을 이어갈 것인가로 이동했다. 8월 CPI는 물가 안정 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줬고, 중동의 에너지 공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향후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을 결정할지는 앞으로 발표될 물가와 고용 지표가 어느 방향을 가리키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