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을 둘러싼 미국 기업의 진출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 최대 석유기업 가운데 하나인 쉐브론은 향후 5년간 베네수엘라 합작사업에 7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원유 생산량을 하루 약 60만 배럴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도 2026년 들어 베네수엘라산 원유 거래와 석유·가스 부문 운영, 관련 기업과의 거래를 허용하는 일반허가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미국 기업의 활동 범위가 확대되는 흐름이다.
쉐브론의 이번 투자는 단순한 생산시설 증설을 넘어 베네수엘라 에너지 산업의 구조적 재편과 연결돼 있다. 쉐브론은 베네수엘라에서 운영 중인 합작사업을 기반으로 오리노코 벨트의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며, 5년간 7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생산량을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늘리는 목표를 제시했다.
회사 측 계획에 따르면 생산량은 2031년까지 하루 약 60만 배럴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며 이후에도 상당 기간 하루 60만~70만 배럴 규모의 생산을 유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지만 오랜 기간 이어진 정치적 혼란과 제재, 석유시설 노후화 및 투자 부족으로 생산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대규모 신규 유전을 처음부터 개발하기보다 기존 생산시설과 인프라를 활용해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쉐브론 역시 기존 시설을 활용함으로써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이다. 미국 재무부는 과거 베네수엘라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를 유지하면서도 쉐브론의 제한적 석유 생산 활동을 허용해 왔다.
2022년 발급된 일반허가 41호는 쉐브론의 베네수엘라 합작사업과 관련된 제한적 천연자원 추출 활동을 허용한 조치였다. 그러나 2026년 들어서는 석유·가스 부문 운영과 베네수엘라산 원유 및 석유화학제품 거래 등에 대한 허가가 추가로 확대됐다.
OFAC 자료에는 2026년 8월 석유·가스 부문 운영과 관련한 일반허가 50C와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PDVSA 관련 거래를 대상으로 한 일반허가 52B 등이 새롭게 제시돼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을 국제시장과 다시 연결하는 과정에서 미국 기업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쉐브론뿐 아니라 석유산업 장비와 서비스 기업들의 베네수엘라 진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산 중고 시추장비와 펌프, 차량 등 유전 개발 장비가 베네수엘라로 다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석유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 기대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원유 자원뿐 아니라 미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도 자리하고 있다.
미국 기업이 베네수엘라 생산량 확대에 참여할 경우 미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대규모 산유국의 생산 회복을 지원하면서 국제 석유시장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할 수 있다. 반면 베네수엘라 입장에서는 장기간 침체된 석유산업을 회복하기 위해 외국 자본과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과거의 제재 중심 정책에서 투자와 생산 확대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한편 쉐브론의 70억 달러 투자는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의 새로운 국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하고있다. 미국 정부가 제재의 일부를 완화하고 석유·가스 관련 거래를 확대하면서 미국 기업들은 다시 베네수엘라의 거대한 원유 자원에 접근하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과거와 같은 고립된 석유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국제 자본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는 것은 분명한 흐름이다.


